
최고의 하루
7월 15일, 사련의 생일날.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보제관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딱 한 명, 화성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하, 그 녀석이 안 보이네요?"
"귀시장 일로 바쁘다고 아침 일찍 나갔어."
"요즘 귀계에 일이 그렇게 많았습니까?"
"그런가 봐, 삼랑이 힘들겠다."
"아무리 그래도 전하의 생일에 곁에 없다니. 저였으면 서운했을 겁니다."
이만 가보겠다는 풍신과 모정의 말에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이 가는 걸 보고 보제관 안으로 들어온 사련은 그들이 얘기한 걸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서운하다. 솔직히 서운하긴 했다.
'전하, 내일은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생일인데 같이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와 처음 함께하는 자신의 생일인데 전날 미리 사과까지 해가며 얘기하고 자신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아침 일찍 나갔을 정도로 일이 바쁜 그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한편, 화성은 그 나름대로 미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인데 그의 곁에 있지 못하고 귀시장에 붙잡혀 있는 꼴이라니.
"하...."
자신은 분명 모든 일이 해결되고 처음으로 함께하는 사련의 생일이라 앞으로 맞이할 생일들 중 가장 특별한 날일 거라 생각되어 그에게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기도 부족할 판인데 현실은 생각은 커녕 일 처리로 시간이 부족했다. 일을 하다 말고 자기도 모르게 나온 한숨에 같이 일을 하고 있었던 인옥은 그의 한숨을 듣고 의아함에 그에게 물었다.
"성주, 무슨 일 있으십니까?"
"생일을 어떻게 챙겨주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생일을 챙겨봤어야 말이지."
"곧 태자 전하의 생일인가요?"
"오늘이다."
오늘이라는 말에 놀란 인옥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 보다 급하게 준비하기엔 괜찮을 듯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극락방으로 전하를 부르시는 건 어떨까요?"
"극락방으로?"
"지금 상황으론 급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극락방을 꾸미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준비해 전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으니 남은 일은 제가 할 테니 성주께선 전하의 생일을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젤 괜찮을 것 같군. 그럼 남은 일을 좀 부탁하지."
"네, 성주."
인옥의 말이 맞았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옥이 말한 대로였다. 지금은 신시 (15시~17시) 정도 되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꽤 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화성은 곧 바로 극락방으로 가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급하게 꾸미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들게끔 준비된 화성은 사련의 통령 구령을 외친 후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형, 내 말 들려?'
'응, 잘 들려 삼랑.'
'혹시 지금 극락방으로 와줄 수 있을까?'
'지금? 알았어. 갈게.'
갑자기 극락방으로 오라니.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싶어진 사련은 바로 극락방으로 갔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극락방으로 가는 길에 귀시장의 친구들에게도 축하를 받았다.
"이, 이건..?"
"형, 왔어?"
"삼랑, 갑자기 이건..?"
"형의 생일인데 바쁘다고 선물도 준비 못 했고 축하도 못해줬으니까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둘이 시간을 보내면서 축하해 주고 싶어서 준비해 본 건데.. 혹시 전하의 마음에 안 드십니까..?"
"마음에 안 들긴 삼랑, 바쁜데 축하해 주겠다고 이렇게 준비해 준 걸로도 너무 고마운걸."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었다. 일이 바빠 오늘 하루 그의 얼굴 조차 보지 못했는데 바쁘게 일하고 피곤할 텐데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고 극락방을 꾸미고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 줬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을까. 화성에게 통령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서운함으로 차있던 사련의 마음이 녹아 고마움과 왠지 모를 미안함으로 채워졌다.
"형, 오늘은 뭐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생일 축하도 받고 청소도 했고, 약야랑 같이 놀기도 했고, 오랜만에 낮잠도 잤어. 삼랑이는 바쁜데 혼자 너무 편하게 보낸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하네."
"미안할게 뭐 있어. 생일을 편하게 보냈다는 건 좋은 거잖아. 그런데 형, 내 생각은 안 했어?"
가까이 붙어있던 둘이었는데 자신의 생각은 안 했냐며 더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하는 화성에 바로 앞에서 그의 얼굴을 보게 된 사련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 형 얼굴 빨개졌다."
"삼랑...."
"그래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말 내 생각 안 했어?"
"했어. 하루 종일 생각 났어."
부끄러운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얘기하는 사련에 화성은 웃음이 났고 그의 얼굴을 보고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의 피곤함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즐겁게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사련을 껴안더니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화성이 말했다.
"사실은 오늘 형에게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
"응?"
"이미 내 생일을 함께 하긴 했지만, 형의 생일을 함께 하는 건 처음이니까 앞으로 함께 할 형의 생일 중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 생각하는 만큼 최고로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일이 갑자기 이렇게 많아 질 줄은 몰랐어."
얼굴을 파묻은 채로 얘기하는 화성의 말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날들에 속상했을 마음이 너무나도 잘 전해져 같이 속상해진 사련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이야기했다.
"괜찮아, 삼랑. 일이 생기는 게 우리 뜻대로 되는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계속 신경 쓰였어요. 전하랑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게."
"그런데 삼랑, 왜 최고의 하루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네?"
고개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는 화성에 사련은 상황에 맞지 않게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그의 눈을 쳐다보며 진심을 담아 전했다.
"극락방에 와서 너랑 함께한 그 순간부터 최고의 하루였어, 삼랑. 고마워."
writer 무햇 @mu_hett



